서동철 KT 감독은 지난 13일 6강 플레이오프 2차전을 마친 뒤 “플레이오프 오면 좋아질 거라 생각했는데 더 심해졌다”며 외국인 선수 브랜든 브라운의 ‘멘탈’을 패배의 결정적 원인으로 짚었다.

KT는 이날 안양 KGC에 77-83으로 져 2패를 안고 5전 3선승제의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 위기로 몰렸다.

1차전에서 24분 여 동안 18득점 했던 브라운은 2차전에서 15분을 뛰고 12점을 넣었다. 국내 선수 허훈·김영환(이상 15득점)보다 덜 뛰고 덜 넣었다. KGC 제러드 설린저는 36분18초를 뛰어 38득점을 넣었다. 외국인 선수의 차이는 승부가 나뉜 결정적 지점이 됐다.

브라운은 다혈질로 유명하다. 판정에 유난히 예민하고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불만은 경기력으로 이어진다. 항의하고 화 내느라 집중하지 못하다 무리한 플레이로 파울을 저지른다. 불필요한 파울로 내주는 자유투는 결정적 실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날 2차전에서도 브라운은 자신의 파울로 자유투를 내주자 화를 참지 못하고 코트 위에서 방황하다 혼자 숨을 고르며 진정하기 위해 애쓰는 ‘퍼포먼스’까지 펼쳤다.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선수는 중요한 경기일수록 팀 분위기를 저해한다. 시즌 초반 대체 선수로 KT에 입단해 1옵션으로 뛴 브라운은 이런 단점으로 인해 시즌 막바지 클리프 알렉산더와 1옵션 자리를 나눠갖기 시작했다. 이 지점이 KT의 딜레마다.

지난 1차전에서는 브라운이 24분을 뛰었지만 또 같은 모습을 보이자 2차전에서는 알렉산더가 1옵션으로 25분을 뛰었다. 올시즌 평균 18분17초를 뛴 알렉산더는 풀타임을 소화할 체력이 되지 않는다. 충분히 추격할 수 있었던 4쿼터에 어쩔 수 없이 브라운을 투입한 KT는 2점 차까지 따라붙고도 결국 6점 차로 졌다.

역시 인천 전자랜드에 먼저 2패를 당한 고양 오리온에는 이미 유명한 ‘애물단지’ 데빈 윌리엄스가 있다.

강을준 오리온 감독은 정규리그 막바지에 “수비해주고 골밑 슛만 넣어주면 되는데 그게 안 된다. 외국인 선수들도 자기가 할 것은 하고 고집 부리는데 윌리엄스는 한국 농구를 우습게 보고 왔다가 놀란 것 아닌가 싶다”고까지 ‘멘탈’ 문제를 지적했다.

윌리엄스 역시 지난 1월말 오리온이 제프 위디와 작별하고 영입한 승부수였다. 힘 좋은 정통 센터라며 기대했지만 정규리그 평균 10.8득점에 그친 윌리엄스는 오히려 골밑을 꺼린다. 골밑으로 들어가 몸 싸움을 감수해야 하는 궂은 일은 피하고 외곽 플레이만 고집한다. 그나마 야투성공률도 39.5%밖에 되지 않는다. 확률 낮은 단독 플레이는 단기전인 플레이오프에서도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교체를 시도하다 결국 윌리엄스와 함께 플레이오프에 온 오리온은 먼저 2패를 했다. 윌리엄스는 2차전에서 충격의 무득점에 그치는 등 2경기에서 24분 동안 2점밖에 넣지 못했다.

KT와 오리온에게 각각 2패를 안긴 KGC와 전자랜드는 모두 교체 선수인 설린저와 조나단 모트리의 품격 높은 활약에 6강 안착했고 플레이오프에서도 압도하고 있다. 정규리그부터 시한폭탄이던 외국인 선수의 ‘멘탈’이 결국은 플레이오프에서 치명적인 승부처로 작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