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 시범운영 해보니
보행 중 사망자 37% 줄어
서울선 중상자 30% 감소

보호구역·주택가는 30㎞ 제한 

주말인 17일부터 도시 지역 일반도로에서 차량 주행속도가 시속 50㎞로 제한된다. 그간 서울 도심과 부산 등에서 시범적으로 실시하던 것을 전국으로 확대하는 조치다.

15일 경찰청은 개정된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이 본격 시행되면서 자동자 주행속도가 일반도로 시속 50㎞, 이면도로 시속 30㎞로 제한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도심부 일반도로는 최고 속도를 시속 50㎞로 제한하되 소통상 필요할 경우 예외적으로 시속 60㎞로 설정할 수 있게 됐다. 각종 보호구역과 주택가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제한된다.

기존에도 속도 제한이 있었지만 시속 60㎞가 적용됐다. 특히 편도 2차로 이상인 도로에는 특별한 표시가 없으면 시속 80㎞를 적용해 왔다. 이면도로도 어린이보호구역만 시속 30㎞로 제한되고 주민보호구역은 시속 40~50㎞로 일정하지 않았다.

자동차 주행속도를 낮추는 것은 보행자 사망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다. 그간 교통사고가 크게 감소하면서 우리나라도 다른 지표에서는 선진국 반열에 들었지만, 여전히 보행 중 사망하는 사람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가량 된다.

실제 인구 10만명당 사망자는 5.9명(2020년)으로 OECD 회원국 평균인 5.6명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중 보행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로, 20.5%에 불과한 OECD 평균의 2배가량이다. 

정부는 차량 주행속도를 낮추면 보행자 사망사고를 확연히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경찰청 조사 결과 자동차가 보행자를 들이받을 때 속도가 시속 60㎞면 사망률이 90%에 이르지만, 시속 50㎞로 낮아지면 사망률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다. 속도를 시속 30㎞로 낮추면 사망률이 10% 이하로 더 낮아진다.

실제 부산 영도구에서는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가 37.5%, 서울 종로구에서는 보행자 교통사고 중상자가 30% 각각 감소했다.

속도 제한이 강화된 만큼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아무리 시내도로라고 하더라도 시속 50㎞는 너무 제약이 심한 것 아니냐"는 게 골자다. 출퇴근 때문에 시내 운전을 자주 한다는 최 모씨(36)는 "속도를 낼 곳이 거의 없지만, 그나마 좀 뚫린 곳에서도 시속 50㎞로 제한하면 운전자를 너무 답답하게 만드는 것"이라며 "최근 서울 시내에서 제한속도가 50㎞로 낮아진 곳을 지날 때는 필요 이상의 제약이라는 생각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서울 도심에서 제한속도를 시속 50㎞로 낮추자, 밤 시간대에는 평균 주행속도가 새벽 3시 기준 시속 5.4㎞(44.5㎞→39.1㎞) 정도 낮아졌지만, 낮 시간대에는 오히려 시속 3.3㎞(28㎞→31.3㎞, 오전 11시 기준) 높아졌다.

경찰청 관계자는 "차가 없는 밤이나 새벽 시간에 불필요하게 과속하는 차량이 확연히 줄어든 반면, 낮에는 규정속도를 지키면서 오히려 꼬리물기 등이 줄어들어 평균 주행속도는 올라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