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유럽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방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아 벌어진 이른바 '호날두 노쇼(No Show)' 사건이 벌어진 것과 관련, 행사를 주최한 업체가 한국프로축구연맹에 7억원대 손해를 배상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부장판사 허명산)는 18일 프로축구연맹이 더페스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에 7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지난해 이탈리아 축구클럽 유벤투스FC의 방한 행사를 앞두고, 소속 선수 호날두가 반드시 45분 이상 경기에 출장해야 한다는 계약을 맺었다.

양측은 호날두를 비롯한 1군 선수가 출장 엔트리에 70% 이상 포함돼야 하며, 팬미팅에는 1군 선수 전원이 참여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만약 호날두가 45분 이상 경기를 뛰지 않을 경우 더페스타 측이 1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다른 1군 선수 70% 이상이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을 때는 선수 1명당 5000만원을, 팬미팅이 2시간 미만으로 진행되면 1억원을 준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그런데 지난해 7월26일 유벤투스FC는 운동장에 늦게 도착해 예정 시간보다 57분이나 늦게 경기가 시작됐으며, 팬미팅은 30여분만 진행됐다. 전체 엔트리 24명 중 1군 선수는 12명으로 계약 요건인 70%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호날두는 팬미팅에 참여하지 않았을뿐더러 경기에도 단 1분도 참여하지 않아 '노쇼' 논란이 일었다. 이에 프로축구연맹은 더페스타를 상대로 7억5000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더페스타가 계약을 어겨 돈을 지급해야 할 사유가 발생했다며 축구연맹의 손을 들어줬다.

구체적으로 "더페스타는 팬미팅에 호날두가 불참하고 경기에 불출전한 것은 사실이나 모두 합의된 사정이라고 주장한다"라며 "그러나 프로축구연맹과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또 "호날두의 불출전이 더페스타의 의도와는 무관하고 위약벌(계약 위반자에게 청구하는 것)은 과도하게 무거워 공서양속과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액수가 과다하다는 이유로 법원이 개입해 약정을 무효로 하는 것은 사적 자치에 중대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프로축구연맹이 더페스타에 위약벌 약정을 강요할 수 있는 우월적 지위에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공서양속에 반하거나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편 당시 경기를 참관한 일부 관중들은 더페스타를 상대로 티켓값을 돌려 달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일부 승소하기도 했다.